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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심신이 무너지다시피 했을 때 이 책을 일부러 읽었다. 내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예상보다 더 울림이 컸다.
오늘 내가 포기하려는 시간은 누군가가 부여잡으려고 했던 소중한 시간이라는 말이 떠올랐는데, 주인공 끼엔의 의붓아버지가 참전하기 전의 끼엔에게
해 준 말에 나타나 있다. "누가 너를 대신해 살아줄 수 있겠니?" 내게 주어진 삶에 책임지는 자세, 하루하루 감사한 자세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_창아
“글을 써야 한다! 잊기 위해 쓰고 기억하기 위해 써야 한다. 의지하고 구원받기 위해, 견디기 위해, 믿음을 간직하기 위해, 살기 위해 글을 써야 한다.” -《전쟁의 슬픔》 198쪽
《전쟁의 슬픔》은 읽기 고통스러웠지만 글쓰기의 힘을 맛보며 읽었다. 별품사 덕분에 외면하던 분야의 책으로 어둠을 조금 더 직시할 수 있었다.
전쟁과 폭력, 베트남전, 파괴되고 죽어가는 사람들. 내가 발 딛고 선 현실인데도 너무 처참해서 외면하며 살던 이야기다.
읽을수록 그러나 전쟁의 슬픔을 살아낸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살아남아서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
감당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무엇으로 견디겠는가. 알코올에 의존한다는 작가를 백 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써야 한다, 써야 한다, 글쓰기로
자기 앞의 삶을 돌파하는 작가를 보았다. 그의 고통에 비하랴만 나도 글쓰기 말곤 길이 없어서 쓰는 사람이다.
다 알 수 없는 삶의 부조리를 때론 잊기 위해, 그리고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종내는 살기 위해 나도 쓴다.
김승섭 교수의 책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가 이어준 책이었음을 고백한다. 책 읽기의 즐거움은 가지를 뻗어가며 내가 모르는 세계로 이끌어 주는 점이다.
세월호와 천안함을 같은 문제라고 나는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었다. 피해자들이 같은 입장에 놓여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
천안함 병사들이 그럴진대 전쟁에 나간 병사들은 오죽하겠는가.
“많은 장병에게 군대는 자기 고통을 편히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모두가 고생하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데, 자신만 아프다는 말을 하기 어려우니까요.
특히 그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어려움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63쪽
써야 한다. 써야 한다. 자기 고통을 편히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목소리를 빼앗긴 사람들을 기억하며, 지워지고 배제된 사람들의 입이 되어 말하고 글 쓰리라. 살기 위해서. _화숙
베트남 전쟁은 불가피한 전쟁이었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사느니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독립국의 국민으로 사는게 백배 낫다고.
하지만 어떤 정의로운 명분에서 시작하든 정의롭지 않게 전개되는것이 전쟁의 속성인 듯하다. 전쟁의 고통이나 아픔이 아닌 '전쟁의 슬픔'이라고 말한
작가의 의도는 그런 것에 있는 것 같다. 전쟁은 살인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결국 존재 자체의 영혼을 파괴하니까.
그래서 작가는 '아무리 좋은 전쟁도 가장 나쁜 평화보다 더 나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내가 사는 한반도에서도 전쟁의 위기감이 느껴지는 요즘. 평범한 일상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리고 죽음을 일상처럼 목도하게 되는 날, 그 상황을
어쩌면 무감각하게 일상처럼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소름끼치게 무서워진다. 어떤 경우에도 전쟁만은 만들지 말자. 그 선택이 우리를
노예상태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면 전쟁은 무조건 막아야한다.
"전쟁이란 집도 없고 출구도 없이 가련하게 떠도는 거대한 표류의 세계이며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는, 인간에게 가장 끔찍한 단절과 무감각을
강요하는 비탄의 세계인 것이다.”(p47) _ 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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